퇴사 절차는 다 끝냈는데 퇴직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집니다. 회사에 계속 전화하기도 부담스럽고, 어디까지 요구해도 되는 건지 감이 안 잡히죠. 다행히 퇴직금 미지급은 법으로 절차가 꽤 촘촘하게 정해져 있어서, 순서대로만 밟으면 대부분 받아낼 수 있습니다.아래 3단계와 준비물을 그대로 따라가 보세요.
0단계 · 나는 퇴직금 대상인지 먼저 확인
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퇴직금 청구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.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.
-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 —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의 기간입니다. 수습·인턴 기간도 실질적으로 계속 근로했다면 포함돼요.
- 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이상 —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자는 퇴직금 대상이 아닙니다.
지급액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입니다(같은 법 제8조 제1항). 중요한 건 '평균임금'이라는 표현이에요. 퇴직 직전 3개월간 지급된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값으로, 기본급만이 아니라 상여금·연차수당 등도 일정 비율로 반영됩니다. 그래서 스스로 계산한 금액이 회사가 준 금액보다 적게 나오는 경우가 흔합니다.
지급 기한은 '퇴직일부터 14일'
회사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임금·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청산해야 합니다(근로기준법 제36조, 이른바 '금품청산').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기일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, 합의가 없다면 14일이 지난 시점부터 명백한 체불입니다.
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점 — 회사의 급여일이 매월 25일이라도, 퇴직금 지급기한은 급여일과 무관하게 퇴직일 기준 14일입니다. "다음 급여일에 넣어주겠다"는 답변은 14일을 넘긴다면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아요.
1단계 ·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청구하기
14일이 지났다면 먼저 회사에 정식으로 지급을 요구합니다. 이때 핵심은 증거를 남기는 것입니다. 나중에 진정이나 소송으로 갈 때 "언제 어떻게 요구했고 회사가 무엇이라 답했는지"가 그대로 자료가 되기 때문이에요.
- 문자·이메일·사내 메신저로 요구합니다. 통화만 했다면 통화 후 "오늘 통화한 내용 정리드립니다" 형태로 요약 문자를 한 통 더 보내두세요.
- 내용증명 우편은 강도가 한 단계 높습니다. 우체국에서 발송하면 발송 사실과 내용이 공적으로 증명돼, 이 단계에서 태도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.
- 기한을 명시합니다. "○월 ○일까지 지급되지 않으면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할 예정입니다"처럼 다음 행동을 알리는 문장이 효과적입니다.
단순 실무 착오나 담당자 인수인계 누락이 원인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서, 상당수는 이 단계에서 해결됩니다.
2단계 · 고용노동부에 진정 접수
그래도 지급되지 않으면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넣습니다.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해요.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 로그인해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하면 됩니다. 재직 중이라 신원이 드러나는 게 부담이라면 익명제보센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.
미리 챙겨두면 진행이 훨씬 빨라지는 서류들입니다.
- 근로계약서(없다면 채용공고, 합격 통보 메일 등 근로조건을 보여주는 자료)
- 최근 3개월 이상의 급여명세서와 급여 입금 통장 거래내역
- 재직·퇴직 사실 증빙 — 4대보험 자격 취득·상실 확인서, 경력증명서 등
- 출퇴근 기록, 근무 스케줄표(평균임금 산정에 필요한 근로시간 자료)
- 1단계에서 남긴 지급 요구 기록과 회사 답변
진정이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양측을 불러 조정합니다. 처리기간은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25일이 원칙이며, 필요하면 연장될 수 있습니다. 조사 과정에서 체불이 확인되면 감독관이 시정지시를 하고, 사업주가 이행하지 않으면 형사 사건으로 송치됩니다. 임금·퇴직금 미지급은 형사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 지급하는 사업주가 많습니다.
3단계 · 지연이자와 민사 절차
퇴직한 근로자에게 14일 이내에 금품을 청산하지 않은 경우, 사용자는 그 다음 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의 지연일수에 대해 연 20%의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해야 합니다(근로기준법 제37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).
예를 들어 퇴직금이 900만원이고, 14일 기한을 넘겨 30일 뒤에 받았다면 이렇게 됩니다.
900만원 × 20% × (30일 ÷ 365일) ≈ 147,900원
금액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, 지연이자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협상하는 것과 모르고 기다리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. 다만 재직 중 임금 체불에는 이 연 20%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. 퇴직(또는 사망)으로 금품청산 의무가 생긴 경우에 한한 규정이니 헷갈리지 마세요. 자세한 내용은 생활법령정보 – 지연이자의 지급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.
진정으로도 해결되지 않으면 노동청에서 발급하는 체불 임금등 사업주 확인서를 받아 민사소송(소액사건심판, 지급명령)으로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.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법률구조를 이용할 수 있는 소득 요건에 해당하면 변호사 비용 부담 없이 진행할 수도 있어요.
회사가 도산·폐업했다면 — 대지급금
사업주에게 지급 능력이 없을 때는 국가가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대지급금 제도가 있습니다. 예전 이름인 '체당금'으로 기억하는 분도 많죠. 신청은 근로복지공단에 합니다. 두 가지 유형이 있어요.
| 구분 | 요건 | 한도 |
|---|---|---|
| 도산대지급금 | 기업의 도산(파산·회생·사실상 도산 인정) | 최대 2,100만원(연령별·월별 상한 있음) |
| 간이대지급금 | 도산 여부와 무관. 노동청의 체불 확인 또는 법원의 집행권원 | 최대 1,000만원(임금 등 700만원, 퇴직급여 700만원 이내) |
간이대지급금은 회사가 망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. 사업주가 지급을 계속 미루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카드가 되죠. 다만 임금과 퇴직급여를 합쳐 총 1,000만원이 한도이고, 재직자는 퇴직급여 부분이 제외됩니다. 신청 절차와 최신 상한액은 정부24 – 체불근로자 대지급금 지급에서 확인하세요.
자주 하는 실수 · 놓치는 부분
- 소멸시효 3년을 넘기는 것 —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(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10조). "언젠가 주겠지" 하고 미루는 게 가장 위험합니다.
- 내용 확인 없이 서류에 서명하는 것 — 퇴직 처리 과정에서 받은 서류에 "일체의 금품을 정산받았으며 향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"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. 실제 정산 전에 서명하면 나중에 다툼이 복잡해집니다.
- 퇴직금 액수를 회사 계산에만 맡기는 것 — 평균임금에 상여금·연차수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제보다 적게 계산되는 사례가 흔합니다. 명세서를 펼쳐 3개월 임금 총액을 직접 더해보세요.
- 퇴직연금(DC·DB)과 퇴직금을 혼동하는 것 —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이면 회사가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지급됩니다. 회사가 부담금을 제대로 납입했는지, 계좌 개설이 됐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.
- 실업급여를 놓치는 것 — 비자발적 퇴사라면 퇴직금 문제와 별개로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. 수급 요건은 실업급여 수급 조건 편에서 확인하세요.
순서대로 정리한 실행 체크리스트
- 계속근로 1년 이상 · 주 15시간 이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한다.
- 퇴직금 계산기로 내가 받아야 할 금액을 먼저 계산한다.
- 퇴직일 + 14일이 언제인지 달력에 표시한다.
- 기한이 지나면 문자·메일 또는 내용증명으로 지급을 요구하고 기한을 명시한다.
- 근로계약서·급여명세서·통장내역·출퇴근 기록을 한 폴더에 모은다.
- 노동포털에서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한다(온라인 접수 가능).
- 지급이 늦어진 일수만큼 연 20% 지연이자도 함께 청구한다.
- 회사에 지급 능력이 없으면 근로복지공단에 대지급금을 신청한다.
- 3년 시효를 넘기지 않도록 진행 상황을 기록해 둔다.
퇴직 직후에는 4대보험 자격 상실, 건강보험 임의계속가입 같은 행정 처리도 겹칩니다. 관련해서는 4대보험 정리 글이 도움이 될 거예요.